방송인 홍진경 님의 추천 도서로 유명한 존 윌리엄스의 '스토너'. 세상이 말하는 성공과는 거리가 먼 한 남자의 일생을 통해, '성공한 인생'이란 무엇인지, 나는 내 삶에서 무엇을 기대하는지 깊은 질문을 던지는 책입니다.
📋 글의 순서
⟪스토너⟫ 기본 정보
서지 정보

- 제목: 스토너(Stoner)
- 작가: 존 윌리엄스(John Williams, 1922-1994)
- 원서 출간: 1965년 2월 23일, Viking Press
- 국내 출간: 2015년 1월, 알에이치코리아
- 옮긴 이: 김승욱
- 수상 경력: 2013년 영국 워터스톤 올해의 책 선정
스토너 - 예스24
“사는 모습은 달라도, 우리는 누구나 스토너다.” 조용하고 절망적인 생에 관한 소박한 이야기,그러나 50년의 시차를 지나 전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은 위대한 이야기!2013 워터스톤 올해의 책
www.yes24.com
작가 소개
존 윌리엄스는 미국의 소설가이자 시인으로, 대학에서 문예 창작을 가르쳤던 문학 교수였습니다. 생전에는 크게 유명하지 않았지만, 사후에 『스토너』가 재조명되면서 문학사에 독특한 족적을 남기게 되었습니다.
그의 작품은 전형적인 미국 문학의 서사보다는 인간 내면의 정적 흐름에 집중하며, 평범한 인물들의 삶 속에서 존재의 의미와 고독, 정직함을 섬세하게 그려냅니다.
『스토너』 외에도 『아우구스투스』와 『부처의 다리』 등의 작품이 있으며, 특히 『아우구스투스』로는 내셔널 북 어워드를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홍진경이 추천한 책, '성공한 인생'의 의미를 묻다
인터넷에서 방송인 홍진경 님이 이 책을 추천하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방송에서 보여주는 유쾌한 이미지와는 달리, 책을 사랑하는 지적인 면모를 가진 분으로 알려져 있죠. 그런 분이 추천하는 책에는 과연 어떤 이야기가 숨겨져 있을지 궁금했습니다.
처음에는 소설인지도 모르고 무작정 책을 펼쳤습니다. 책은 '윌리엄 스토너'라는 한 남자의 일생을 담담하게 따라가는 이야기였습니다. 그의 평범하고 때로는 고단해 보이는 삶을 통해 홍진경 님은 독자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던 걸까요? 책을 다 읽고 나서야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아마도 세상이 정해놓은 ‘성공한 인생’ 같은 정답은 없으며, 스토너가 살아온 인생 또한 결코 실패가 아니라는 사실을 말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요? 그리고 스토너가 평생 침묵 속에 감내해야 했던 그 '빛나는 인내'의 의미를 독자들이 스스로 곱씹어보길 바랐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윌리엄 스토너, 그의 평범하지만 특별한 일생 (줄거리)
1910년, 미주리 대학교에 입학한 윌리엄 스토너는 가난한 농부의 아들이었습니다. 아버지를 도와 농업 기술을 배우라는 기대를 안고 학교에 갔지만, 영문학 필수 교양 수업에서 운명처럼 문학의 세계에 눈을 뜨게 됩니다. 결국 그는 부모님의 기대를 저버리고 평생을 바칠 학자의 길을 선택합니다.
대학에 남아 교수가 된 스토너는 이디스라는 여성과 결혼하여 딸 그레이스를 낳지만, 그의 가정생활은 결코 행복하지 않았습니다. 차갑고 신경질적인 아내와의 불화, 딸과의 서먹한 관계 속에서 그는 오직 강의실과 서재에서만 위안을 찾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의 메마른 삶에 캐서린이라는 젊은 강사가 나타납니다. 두 사람은 깊은 사랑에 빠지지만, 그들의 관계는 주변의 압박과 스캔들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비극적인 끝을 맞이합니다.
학자로서도 그는 순탄치 않은 길을 걷습니다. 학과장 로맥스와의 오랜 갈등으로 부당한 대우를 받기도 하지만, 스토너는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학생들을 가르칩니다. 그렇게 평생을 사랑과 학문에 대한 열정을 조용히 불태우던 그는, 말년에 이르러 자신의 삶을 담담히 돌아보며 죽음을 맞이합니다.
싸우지 않음으로써 자신을 지켜낸 남자, 윌리엄 스토너
스토너는 죽음을 앞두고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질문합니다.
‘나는 무엇을 기대했나?’
제가 책을 통해 만난 스토너는 처음에는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 사람이었습니다. 그저 묵묵히 부모님의 농장 일을 돕는 아들이었죠. 하지만 우연히 만난 학문의 세계에 매료되어 교육자의 길을 꿈꾸게 되고, 이디스라는 여인과 사랑에 빠져 평범한 행복을 기대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의 인생은 단 한 번도 기대대로 흘러가지 않았습니다. 공허한 결혼 생활, 학계에서의 갈등, 그리고 의미 없는 일상 속에서 운명처럼 만난 캐서린과의 사랑 역시 현실의 벽 앞에서 지켜낼 수 없었습니다. 돌이켜보면 그의 인생에서 온전히 행복해 보였던 순간은 캐서린과 함께였을 때뿐인 것 같아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의 인생이 실패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그는 수많은 풍파 속에서 싸우지 않음으로써, 일어나는 사건들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태도를 통해 역설적으로 자기 자신을 지켜낼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에는 부당함에 맞서 싸워야만 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스토너처럼 묵묵히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는 사람도 있는 것이겠지요. 물론, 밉살스럽고 옹졸한 동료 교수 로맥스에게 스토너가 통쾌한 복수를 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끝까지 그러지 않았기에, 그의 마지막 모습에 '역시 스토너답다'라는 말을 남길 수 있었습니다.
'나는 나를 위해 살고 있는가?' 스토너가 던진 묵직한 질문
만약 제게 스토너와 같은 시련이 닥쳤다면, 그만큼 인내할 수 있었을까요? 아마 저는 절대 그렇게 하지 못했을 겁니다. 그렇기에 스토너의 묵묵한 인내가 더욱 위대하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의문도 남습니다. 모든 것을 속으로 삭이며 감내하는 동안, 그의 마음속에는 병이 자라난 것은 아닐까요? 가족을 위해, 교수라는 자신의 자리를 위해 수많은 것을 포기해야 했던 그의 삶은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요.
특히 그의 유일한 행복이었던 캐서린과의 사랑을 잃었을 때, 그 아픔이 병의 씨앗이 된 것은 아닌지 안타까운 마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때로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오직 자기 자신만을 위해 살아볼 수도 있었을 텐데 말입니다. 하지만 그것 또한 스토너다운 선택이었겠지요.
책을 덮으며 스토너의 삶이 아쉬우면서도, 자연스럽게 제 자신을 돌아보게 됩니다. '나는 내 인생에서 나 스스로를 돕고 있는가? 나는 온전히 나를 위해 살고 있는가?' 이 질문에 선뜻 '그렇다'라고 대답하기는 어려웠습니다.
스토너의 삶은 제게, 조금 더 나 자신을 위해서 살아야 한다는 깊은 울림과 교훈을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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