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쿠다 히데오 신작 『리버』 서평. 2024년 출간된 2권 완결 미스터리 소설의 작품 정보, 책을 읽게 된 계기, 소설의 특징, 감상 후기 속 작품 분석과 추천 독자층까지 상세하게 리뷰한 글입니다.
1. <리버> 작품 정보

서지 정보
- 제목: 리버 (リバー)
- 작가: 오쿠다 히데오 (奥田英朗)
- 번역: 송태욱
- 출판사: 은행나무
- 발행일: 2024년 11월 1일
- 권수: 전 2권
리버 1~2권 세트 - 예스24
최고의 이야기꾼, 오쿠다 히데오가 신작 장편소설 《리버》로 돌아왔다. 일상 밀착형 유머가 빛나는 작품부터 묵직한 여운을 남기는 작품까지 폭넓은 스타일로 수많은 독자를 사로잡아온 작가
www.yes24.com
작품 개요
10년 전 미제 살인 사건과 동일한 수법으로 발생한 연쇄 살인 사건을 다룬 범죄 수사극입니다. 일본 군마현과 도치기현의 경계를 흐르는 강에서 발견된 변사체를 둘러싸고 다양한 인물들의 시점에서 진실을 추적하는 군상극 형식으로 전개됩니다.
2. 책을 읽게 된 계기
대학생 시절 우연히 읽게 된 오쿠다 히데오 작가의 『인 더 풀』은 저에게 특별한 작가를 선물해 주었습니다. 그 작품의 매력에 빠져 당시에는 작가의 다른 작품들을 찾아 읽는 재미에 푹 빠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졸업 후 바쁜 일상에 치여 책과는 점점 멀어졌고, 자연스럽게 좋아했던 작가의 근황도 놓치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최근 우연한 검색을 통해 오쿠다 히데오의 신작 소식을 접하게 되었는데, 놀랍게도 추리소설이더군요.
평소 소설 장르 중에서도 추리소설을 가장 좋아하는 저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반가운 소식이었습니다. 좋아하는 작가와 좋아하는 장르가 만난 이 작품을 그냥 지나칠 수는 없었죠. 바로 도서관에서 『리버』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3. 소설의 특징: 2권으로 나뉜 방대한 장편소설
『리버』는 상당히 긴 분량과 높은 밀도를 자랑하는 작품입니다. 등장인물도 굉장히 많아서, 평소 즐겨 읽던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들과 비교해 보면 스케일 자체가 훨씬 크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렇게 많은 인물이 등장하는 이유는 와타라세강을 중심으로 벌어진 두 건의 살인사건 때문입니다. 각각 강을 경계로 다른 지역에서 사체가 발견되었기 때문에, 해당 지역 경찰관들이 각자 등장하게 되죠.
여기에 10년 전 비슷한 수법으로 일어났던 살인사건 2건과 관련된 인물들까지 복잡하게 얽혀있습니다. 경찰 측에서는 합동 수사를 진행하다 보니 경찰 간부들까지 무대에 오르게 됩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살인사건을 취재하는 신문사 기자들까지 주요 인물로 등장한다는 점입니다. '교코'라는 주오신문 여기자는 작품 속에서 경찰과 함께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한편으로는 10년 전 살인사건의 진범을 잡지 못하고 퇴직한 전직 형사 '다키모토'가 당시 피의자였던 '이케다'를 추적하는 장면들도 상당한 비중을 차지합니다.
거기에 10년 전 살인사건 피해자의 아버지인 '마쓰오카'까지 진범을 찾기 위해 직접 나서는 모습까지 그려지니, 정말 복잡하게 얽힌 인간관계와 사건의 실타래를 풀어가는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4. 감상 후기
살인사건을 둘러싼 관계자들의 시선
이 소설에서 가장 독특했던 점은 경찰의 입장, 피해자 유가족의 심정, 기자의 시선 등을 주로 다루면서도 정작 용의자들의 시선은 거의 보여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용의자들의 속마음을 전혀 알 수 없고, 왜 그런 일을 저질렀는지도 전문가들의 입을 통해서만 설명됩니다. 즉, 범인들의 시선에는 절대 맞추지 않고 살인사건을 둘러싸고 있는 관계자들의 다양한 시선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이 소설만의 독특함이 있었습니다.
소설 마지막 부분에서 경찰이 하는 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우리는 영원히 사건 관계자인거지요."
저는 이 소설을 읽으면서 단순히 살인사건을 파헤치는 내용이라기보다는, 이 사건을 둘러싸고 있는 용의자들을 제외한 관계자들의 삶을 보여주고 싶어 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우리 같은 일반인들이 살인사건의 화제성에만 관심을 가지다가 며칠 지나면 금세 잊어버리는 무관심한 사람들이라면, 소설 속 관계자들은 평생 이 사건을 잊지 못하는 존재들입니다.
경찰은 진범을 잡지 못한 죄책감에 10년 이상 고통받다가 형사가 아닌 신분으로 일상을 포기한 채 수사를 이어나갑니다.
진범이 잡히지 않아 살아도 사는 것이 아니었던 피해자의 아버지는 10년 동안 진범을 찾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으로 강가에서 사진을 찍으며 건강까지 위협받습니다. 경찰들의 비난에도 굴복하지 않고 진짜 범인이 잡히기를 간절히 바라는 부모의 심정을, 자신의 건강을 내던지면서까지 보여주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살인사건을 취재하던 신문기자 교코의 경우, 이 사건을 취재하면서 어떤 사명감을 얻고 다양한 사람들을 취재하고 싶다는 목표가 생겼습니다. 경찰, 피의자, 피해자 유족, 피해자가 될 뻔한 여자 등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무언가 깨달은 것이 있는 듯했습니다.
다양한 시선 속 아쉬움
소설은 다양한 시선으로 살인사건을 풀어나갑니다. 용의자가 3명이나 있어서 그 용의자들을 조사하는 경찰, 전직 형사, 기자, 피해자 아버지까지. 이렇게 다양한 시선으로 분산되다 보니 내용이 이리 튀었다 저리 튀었다 하면서 정신없기도 했습니다.
다양한 시선으로 살인사건을 볼 수 있다는 점은 굉장히 특이하고 좋았지만, 집중도가 떨어지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았습니다. 한 사람의 시선으로 조금 더 집중해서 풀어갔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시선으로 내용을 전개하다 보니 범인들의 살인 동기나 증거들이 그리 다양하게 나오지 못했습니다. 마지막에 가서야 사건의 실상을 독자가 알게 되는데, 좀 급하게 마무리하는 느낌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추리소설 특성상 실마리를 함부로 주면 안 되기 때문일까요? 하지만 이렇게 긴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살인사건을 독자로 하여금 추리할 수 있게 하는 단서를 거의 주지 않았습니다.
가리야의 경우는 단서를 많이 제공했지만, 이케다와 겐타로의 이야기는 마지막에 가서야 풀렸기 때문에 너무 수수께끼였습니다.
그래서 소설을 다 읽고 나서도 약간의 답답함이 마음속에 남았습니다. 시원하게 사건이 해결된 느낌은 아니었거든요. 독자로 하여금 어느 정도 실마리를 풀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추리소설의 묘미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5. 총평 및 추천도
장점
- 사회적 메시지가 깊은 작품: 사건 관계자들의 삶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
- 현실적인 수사 과정: 경찰 수사의 복잡함과 한계를 잘 보여줌
- 다층적 서사 구조: 여러 시점을 통한 입체적 사건 묘사
- 캐릭터의 생동감: 각 인물들의 개성과 고뇌가 생생함
아쉬운 점
- 산만한 구성: 너무 많은 시점으로 인한 집중도 저하
- 단서 부족: 독자가 추리할 수 있는 단서의 부족
- 급작스러운 결말: 마지막 해결 과정이 다소 성급함
추천 독자층
- 오쿠다 히데오 팬: 작가 특유의 사회성과 인간미가 잘 드러남
- 사회파 추리소설 애호가: 범죄보다 인간에 초점을 맞춘 작품을 선호하는 독자
- 일본 문학 애독자: 일본 사회의 단면을 깊이 있게 다룬 작품
총평
- 최종 평점: ★★★★☆ (5점 만점)
- 한 줄 평: 범인보다 피해자와 관계자들의 삶에 더 집중한, 사회성 깊은 추리소설의 수작
『리버』는 전형적인 추리소설을 기대한 독자에게는 다소 아쉬울 수 있지만, 인간 드라마와 사회적 메시지를 중시하는 독자에게는 충분히 만족스러운 작품입니다.
오쿠다 히데오만의 따뜻한 시선과 깊이 있는 성찰이 돋보이는 소설로, 범죄가 남기는 상처와 그것을 치유하려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오래도록 마음에 남을 것입니다.
'책 리뷰 > 소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 영화화 최신 소식 + 후회와 선택에 대한 깊은 이야기 (0) | 2025.09.05 |
|---|---|
| 존 윌리엄스의 소설 '스토너' | 나는 나를 위해 살고 있는가? (0) | 2025.09.03 |
| ⟪맡겨진 소녀⟫ 클레어 키건 | 줄거리 | 절제된 문체 속 따뜻하고 긴 여운 (0) | 2025.08.29 |
| 양귀자, 모순 | 불행과 행복 사이에서 찾은 삶의 의미 (0) | 2025.08.28 |
| ⟪베러티⟫ 콜린 후버 | 줄거리, 논쟁의 결말 해석 (0) | 2025.08.27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