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 <나는 여행기를 이렇게 쓴다>를 읽고 그의 특별한 여행 방식과 글쓰기 철학에 대해 생각합니다. 훌쩍 떠날 용기가 필요한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를 지금 바로 확인해 보세요.

📋 글의 순서
1. 하루키의 여행기는 무엇이 다를까?
무라카미 하루키를 좋아하시나요?
그의 소설도 사랑하지만, 작가 개인의 생각이 오롯이 담긴 에세이를 특히 좋아합니다. 소설, 달리기, 음악에 대한 그의 취향을 따라가다 보면 '인간 무라카미 하루키'가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오곤 하죠.
이번에는 그의 '여행'에 대한 이야기, <나는 여행기를 이렇게 쓴다>를 읽어보았습니다.
이 책은 2015년 문학사상사에서 출간된 여행 에세이로, 단순히 아름다운 여행지의 풍경을 묘사하는 책이 아닙니다. 90년대 그가 떠났던 미국, 멕시코, 몽골, 그리고 일본의 무인도까지 다양한 여행지에서의 경험을 담은 일종의 '자기 기록'이죠.
여행 속에서 마주한 날것의 감정과 예기치 못한 사건들, 그리고 그 속에서 길어 올린 삶에 대한 통찰이 담겨있어 여행을 꿈꾸는 사람뿐만 아니라, 글쓰기에 대한 영감을 얻고 싶은 분들에게도 좋은 길잡이가 되어줄 거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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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행기를 이렇게 쓴다 - 예스24
“여행하면서 쓰고, 쓰면서 여행한다”“여행이 나를 키웠다”라고 할 정도로 유달리 여행을 좋아하는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 《나는 여행기를 이렇게 쓴다》는 하루키가 일본을 비롯한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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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돈과 두려움 없이, 그저 떠나는 자유
"말로 설명하기 힘든 호기심, 현실적 감촉에 대한 억누를 수 없는 욕구"
이 책을 읽으며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그의 '무심한 듯 쿨한' 여행 태도였습니다.
젊은 시절, 그는 돈이 없으면 없는 대로 배낭 하나 둘러메고 훌쩍 길을 나섰다고 합니다. 돈이 없어 하루 종일 굶는 날도 있었지만, 그는 그 경험마저 담담하게 이야기합니다.
그의 이야기를 읽는 내내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여행을 떠나기 전, 항상 예산을 짜고 안전을 걱정하며 망설였던 순간들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돈이 부족해서', '혼자는 위험해서'라는 막연한 두려움이 얼마나 오랫동안 발목을 잡아왔는지 모릅니다. 하지만 하루키는 그 모든 것을 뛰어넘어 그저 '현실적 감촉에 대한 억누를 수 없는 욕구' 하나로 떠납니다. 그런 그의 자유로움과 용기가 어쩐지 멋있게 느껴졌습니다.
3. 우동 한 그릇에서 시작된 여행
하루키를 여행으로 이끄는 동기는 참으로 다양합니다. 물론 취재를 겸한 여행도 많았지만, 그의 여행은 아주 사소한 계기에서 시작되기도 합니다.
우연히 시작된 우동 이야기에 꽂혀 하루 종일 우동만 먹으러 시코쿠에 가거나, 역사적 사실에 대한 궁금증 하나로 험난한 길을 마다치 않는 모습은 정말 특별해 보였습니다.
'아, 저렇게도 여행을 떠날 수 있구나!' 그의 여행기를 읽으며 여행의 동기가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는지 깨달았습니다. 꼭 거창한 목표나 계획이 없어도 괜찮다는 위로를 받은 기분이었습니다.
언젠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 하나만을 위해, 혹은 문득 떠오른 생각 하나를 붙잡고 훌쩍 여행을 떠나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러분이 꽂혀있는 것은 무엇인가요? 어쩌면 그것이 바로 다음 여행의 목적지가 될지도 모릅니다.
4. 하루키의 특별한 여행기 작성법: '잊어버림'의 미학
이 책이 더욱 특별한 이유는, 하루키만의 독특한 여행 글쓰기 방법론이 담겨있기 때문입니다.
그는 여행지에서 스스로 '녹음기'나 '카메라'가 된다고 말합니다. 모든 것을 세세하게 기록하기보다, 작은 수첩에 그 순간의 감상이나 단어들을 짤막하게 메모하는 방식을 선호하죠.
더 흥미로운 점은, 여행에서 돌아온 후 한두 달이 지나서야 비로소 글을 쓰기 시작한다는 것입니다.
그는 이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잊어버리는 것' 또한 글쓰기의 중요한 일부라고 말합니다. 시간이 흐른 뒤에도 여전히 기억에 남아있는 것들이야말로 정말로 쓸 가치가 있는 이야기라는 것이죠.
여행의 모든 순간을 붙잡으려 애쓰는 대신, 자연스러운 망각에 몸을 맡기는 그의 글쓰기 철학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5. 여행은 피곤한 것, 그리고 고독과 마주하는 시간
"여행은 피곤한 것이며, 피곤하지 않은 여행은 여행이 아니다."
하루키는 여행의 환상만을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그는 여행이 주는 피로와 불편함, 때로는 식중독에 걸리고 정체 모를 두려움에 휩싸이는 순간들까지 솔직하게 털어놓습니다.
하지만 그는 그것이야말로 진짜 여행이라고 말합니다.
"나는 한 가지만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인간은 나이가 들면 그만큼 자꾸만 고독해져 간다. 모두가 그렇다. 그러나 어쩌면 그것은 잘못된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어떤 의미에서 우리의 인생은 고독에 익숙해지기 위한 하나의 연속된 과정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의 말처럼 '비일상적인 일상'으로서의 여행은, 낯선 곳에서 온전히 혼자가 되어보는 경험, 즉 '고독'과 정면으로 마주하고 익숙해지는 과정일지도 모릅니다. 여행을 통해 현대 사회와 여행자의 의식 변화에 대한 깊이 있는 사유를 엿볼 수 있는 지점이었습니다.
6. 책을 덮고 나니, 떠나고 싶어졌다
신기하게도 책을 덮고 나니, 짧게라도 여행을 가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해졌습니다.
1박 2일이라도 좋으니, 낯선 곳의 공기를 마시고 그곳의 소리를 듣고 싶어 졌습니다. 여행을 다녀온 지 참 오래된 것 같습니다. 만약 다시 여행을 가게 된다면, 이번에는 하루키처럼 매일 밤 그날의 감정과 생각들을 기록으로 남겨보고 싶습니다.
여행지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감정, 스쳐 지나가는 낯선 생각들을 글로 붙잡아 둔다면, 먼 훗날 그 글을 다시 읽는 것만으로도 언제든 그 여행지로 돌아갈 수 있을 것만 같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나는 여행기를 이렇게 쓴다>는 단순히 여행의 기술을 알려주는 책이 아닙니다. 여행을 대하는 태도, 나아가 삶을 살아가는 유연한 자세를 배우게 하는 책입니다.
훌쩍 떠날 용기를 얻고 싶으신 분, 반복되는 일상에 작은 쉼표가 필요한 분, 그리고 여행과 글쓰기에 대한 영감을 얻고 싶은 분이라면 이 책을 꼭 한번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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