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리뷰/에세이 / / 2025. 9. 23. 11:13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무라카미 하루키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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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읽고, 그의 소설보다 에세이를 더 사랑하게 된 이유를 이야기합니다. 달리기와 글쓰기, 꾸준함과 나이 듦에 대한 그의 담백한 철학은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줍니다.

무라카미 하루키 에세이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책 표지 사진



1. 소설가 하루키에게서 ‘인간 하루키’를 만나다

도서관 서가 사이를 무심코 거닐다 손에 잡히는 책 한 권이 있습니다. 제게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바로 그런 책이었습니다.

 

그의 소설은 좋아했지만 에세이는 처음이었죠. 그런데 웬걸, 소설보다 더 흥미로운 그의 문체에 저는 순식간에 매료되고 말았습니다. 러너(runner)로서의 삶, 그리고 소설가로서의 삶. 전혀 다른 두 세계를 성실하게 살아내는 그의 모습에서 깊은 존경심을 느꼈습니다.

 

특히 달리기를 통해 자신만의 단단한 철학을 이야기하는 ‘인간 무라카미 하루키’의 매력은, 책의 앞부분만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꼭 사야겠다”라는 결심을 하게 만들었죠. 소설가의 옷을 잠시 벗어두고, 한 사람의 러너로서 담백하게 자신의 삶을 이야기하는 그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보려 합니다.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 예스24

달리기에 대해 정직하게 쓴다는 것은나라는 인간에 대해서 정직하게 쓰는 일이기도 했다 - 무라카미 하루키서머싯 몸은 `어떤 면도의 방법에도 철학이 있다`라고 말했다. 아무리 하찮은 일이라

www.yes24.com


2. 계속하는 것, 리듬을 단절하지 않는 것

계속하는 것에 대한 책 속의 기억에 남는 문장

책 속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구절 중 하나입니다. 이 문장을 읽는 순간, 어릴 적 자전거를 배우던 때가 떠올랐습니다. 넘어질 듯 비틀거리면서도 중심을 잡기 위해 필사적으로 페달을 밟던 순간, 그 첫 순간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몇 번의 시도 끝에 마침내 앞으로 나아가며 중심을 잡게 되면, 그때부터 자전거 타기는 세상에서 가장 쉬운 일이 되었죠.

 

무엇이든 처음이 가장 어렵습니다. 하지만 그 어려운 첫 단계를 넘어 일정한 ‘리듬’과 ‘탄력’을 받기만 하면, 그 뒤는 어떻게든 풀려나간다는 하루키의 말에 깊이 공감했습니다. 글쓰기든, 운동이든, 새로운 도전이든, 그 ‘탄력’을 받기 전까지 포기하지 않고 리듬을 타려는 노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됩니다.


3. 나이 듦, 늙음, 노화에 대하여: 누가 믹 재거를 비웃을 수 있겠는가?

젊은 시절 롤링 스톤스의 믹 재거는 “45살이 되어 <새티스팩션>을 부르고 있을 정도라면, 차라리 죽는 게 낫다”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는 예순이 넘어서도 여전히 그 노래를 부르고 있죠. 하루키는 말합니다. 아무도 그를 비웃을 자격이 없다고.

 

우리 역시 ‘내가 늙는다’는 사실을 잊고 살아갑니다. 영원히 청춘일 것 같지만, 노화는 소리 없이 우리 곁으로 다가옵니다. 하루키는 나이 드는 것을 슬프지만 어쩔 수 없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이고, 그저 묵묵히 자신의 몸과 마음의 변화를 관찰합니다.

 

어느새 몸의 변화를 실감하는 나이가 되었습니다. 영원할 것 같던 젊음에 대한 자만을 내려놓고, 다가오는 변화를 잘 받아들일 준비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무작정 손 놓고 있기보다, 조금이라도 건강하게 나이 들기 위한 노력과 함께, 변화를 있는 그대로 수용할 수 있는 깊은 마음을 가져야겠습니다.


4. 글쓰기와 달리기: 불건전함을 이겨내는 건강한 습관

하루키는 ‘소설을 쓴다는 것’이 본질적으로 불건전한 작업이라는 데 동의합니다. 인간 내면의 어두운 독소와 마주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죠. 그리고 그는 이 독소에 대항하기 위한 강력한 ‘자기 면역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그에게 그 시스템을 유지하게 해주는 것이 바로 ‘달리기’입니다.

 

매일 아침 길 위를 달리며 그는 소설 쓰기에 필요한 집중력과 지구력을 얻고, 내면의 독소를 정화합니다. 어쩌면 달리기가 없었다면 지금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소설 쓰기와 달리기가 한 쌍을 이루어 서로를 지탱하며 나아가는 모습은, 제게도 깊은 영감을 주었습니다.

 

삶을 유지하고, 나를 지켜주는 건강한 습관은 무엇일지 고민하게 됩니다. 여러분에게도 자신만의 ‘달리기’가 있으신가요?


5. 결코 걷지 않겠다는 다짐, 나만의 묘비명을 생각하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바라는 자신의 묘비명

하루키가 자신의 묘비명으로 바라는 문장입니다. 이 한 문장에서 ‘러너’라는 정체성이 그의 삶에 얼마나 깊이 뿌리내리고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소설가라는 직업과 맞먹을 정도로, 달리기는 그의 인생 그 자체인 셈이죠.

 

기록이 예전 같지 않더라도, 몸이 조금 힘들더라도, 그는 레이스를 포기하지 않습니다. 그저 자신의 페이스대로, 끝까지 완주하는 것을 목표로 달릴 뿐입니다.

 

책을 덮고 나니, 마라톤이라는 미지의 세계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뜨거운 마음이 생겼습니다. 42.195km를 달리며 느끼는 고통과 희열, 그리고 완주했을 때의 성취감은 어떤 느낌일까요?

 

인생이라는 긴 마라톤에서, 나를 끝까지 달리게 해줄 원동력은 무엇일지, 그리고 나의 묘비명은 무엇이 되면 좋을지. 무라카미 하루키의 이야기는 제게 묵직한 질문을 던져주었습니다.

 

혹시 달리기를 망설이고 있거나, 꾸준히 하고 싶은 무언가를 찾고 있다면, 이 책을 강력히 추천합니다. 아마도 당장 운동화 끈을 묶고 밖으로 나가고 싶어 질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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