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리뷰/소설 / / 2025. 9. 15. 16:56

[서평]⟪홍학의 자리⟫ 정해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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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연 작가의 소설 『홍학의 자리』 줄거리와 결말, 제목의 의미, 그리고 이름에 숨겨진 반전까지. 우리의 편견이 어떻게 진실을 가리는지, 평범함 속에 숨은 악마의 진짜 얼굴을 파헤쳐 봅니다.

정해연 장편소설 홍학의 자리 책 표지 사진



1. 『홍학의 자리』 책 정보 및 작가 소개

본격적인 리뷰에 앞서, 소설 『홍학의 자리』의 기본 정보와 이 책을 집필한 정해연 작가에 대해 먼저 알아보겠습니다. 작가를 알고 작품을 보면, 그 깊이를 더 온전히 느낄 수 있습니다.

책 정보

  • 제 목: 홍학의 자리
  • 작 가: 정해연
  • 출판사: 엘릭시르
  • 출간일: 2021년 7월 26일
  • 페이지: 336쪽
  • 장 르: 한국 장편소설, 스릴러, 미스터리
 

홍학의 자리 - 예스24

“이 행복이 영원할 거라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그러나 이런 끝을 상상한 적도 없었다.”예측 불가! 한국 미스터리 사상 전무후무한 반전! 『홍학의 자리』는 10년 가까이 스릴러 장르에 매진하

www.yes24.com

'한국 스릴러의 대표주자' 정해연 작가

정해연(1981~) 작가는 명실상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스릴러 소설가입니다. 2012년 『백일청춘』으로 대한민국 스토리 공모대전 우수상을 받으며 이름을 알렸고, 2013년 『더블』로 정식 데뷔했습니다.

 

이후 CJ E&M 추미스 공모전 금상(『내가 죽였다』) 등을 수상하며 꾸준히 작품성을 인정받았습니다. 그녀는 10년 넘게 스릴러 장르에 매진하며 『유괴의 날』, 『내가 죽였다』, 『구원의 날』 등 수많은 베스트셀러를 탄생시켰습니다.

 

작가 스스로 "진심을 가장한 말 뒤에 도사리고 있는 악의에 대해 상상하는 것을 좋아한다"라고 밝혔듯, 인간의 어두운 내면을 파헤치는 데 탁월한 재능을 보여줍니다.

 

특히 흥미로운 설정과 뛰어난 가독성은 정해연 작가 소설의 가장 큰 매력입니다. 이번에 살펴볼 『홍학의 자리』"한국 미스터리 사상 전무후무한 반전"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작가의 장점이 최고조에 달한 작품으로 손꼽힙니다.


2. 사건의 시작: 한 학생의 죽음 (줄거리 요약)

※주의: 이 글에는 소설의 핵심적인 줄거리와 결말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소설은 충격적인 장면으로 막을 엽니다. 고등학교 교사 '김준후'가 학생 '채다현'의 시신을 깊은 호수에 유기합니다. 하지만 그는 범인이 아닙니다. 자신의 손으로 죽이지 않은 다현을 누가 죽였는지, 준후는 혼란에 빠집니다.

 

시간은 다현이 죽기 직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준후와 다현 사이에는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부적절한 관계가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다현은 준후가 담임을 맡은 교실에서 목을 맨 채 발견됩니다. 다현이 죽었다고 확신한 준후는 자신의 비밀이 드러날까 두려워 시신을 끌어내리고, 흔적을 없애기 위해 삼은호수에 버립니다.

 

하지만 호수 위로 떠오른 시신과 함께 경찰의 수사가 시작되고, 준후는 불안에 휩싸입니다. 설상가상으로 학교 경비원 황권중이 살해당하는 2차 살인사건까지 발생하며 사건은 미궁으로 빠집니다.

 

모든 것을 뒤로하고 해외 도피를 결심한 준후. 공항에서 비행기를 기다리던 그의 앞에 강치수 형사가 나타나고, 마침내 그날의 모든 진실이 밝혀집니다.


3. 우리의 편견은 어떻게 진실을 왜곡하는가

"우리의 편견은 얼마나 무서운 것일까?"

교사 김준후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학생, '채다현'. 아마 대부분의 독자들은 이 이름만 듣고 다현을 당연히 '여학생'이라고 생각했을 겁니다. 저 역시 그랬으니까요.

 

하지만 작가는 이 당연한 편견을 깨부수며 이야기의 본질을 꿰뚫습니다. 채다현은 남학생이었습니다. 이 반전이 주는 당혹감은 단순히 성별이 바뀌었다는 사실에 있지 않습니다.

 

어차피 다현이 여자였든 남자였든, 스승과 제자의 부적절한 관계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여학생과의 불륜이든, 남학생과의 불륜이든 준후에게 좋을 것은 아무것도 없었죠.

 

다만 이 설정은 준후의 행동에 더 깊은 설득력을 부여합니다. 양성애자였던 준후가 다현과의 미래를 전혀 그리지 않았다는 사실이, 다현이 남자였기에 조금 더 납득 가능하게 다가옵니다.

 

이처럼 소설은 '성별'이라는 편견을 이용해 독자들을 교묘하게 함정에 빠뜨린 뒤, 우리 스스로가 얼마나 어리석고 좁은 시야로 세상을 바라보는지 깨닫게 만듭니다.


4. '홍학의 자리'는 무엇을 의미할까?

소설의 제목인 '홍학의 자리'는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중의적인 상징입니다.

첫째로, 홍학은 우아한 겉모습과 달리 한 발로 위태롭게 서서 균형을 잡는 동물입니다. 화려하지만 불안정하고,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 아슬아슬한 모습은 소설 속 인물들의 삶 그 자체를 상징합니다.

 

겉으로는 완벽해 보이는 관계 속에 각자의 욕망과 비밀을 숨긴 채 위태로운 외줄 타기를 하는 인물들의 모습이 바로 '홍학의 자리'에 서 있는 것과 같습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더 깊은 의미가 숨어 있습니다.

 

홍학은 동물 중에서도 동성애가 많이 발견되는 종으로, 실제로 수컷끼리 짝을 이루어 새끼를 기르는 습성이 있습니다. 작품 속에서 채다현이 유독 홍학을 좋아하고, 동성 결혼이 합법인 네덜란드로 떠나고 싶어 했던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었습니다.

 

즉, '홍학의 자리'는 준후와의 관계와 미래를 꿈꿨던 다현의 성 정체성이자, 그가 진정으로 원했던 사랑의 형태를 의미하는 것입니다.

 

결국 이 소설은 불안정한 인간 심리의 어두운 면과 성 정체성, 사랑과 배신이라는 주제를 '홍학'이라는 상징을 통해 치밀하게 엮어낸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5. 악마는 평범한 얼굴을 하고 있다

1) 이기심이 빚어낸 비극

그렇다면 다현은 왜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까요? 영주에게 찾아가 '홍학' 이야기를 꺼내며 도발할 만큼 당돌했던 그가, 왜 그토록 허무하게 죽음을 선택했을까요. 아마 그 이유는 그가 유일하게 기댈 곳이라 믿었던 준후에게서 받은 깊은 절망감 때문일 겁니다.

 

다현이 꿈꾸던 미래를 준후는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다현의 세상은 무너졌을 겁니다. 그래서 보란 듯이 준후의 교실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겠죠.

 

더 안타까운 것은, 준후가 다현의 죽음에 크게 슬퍼하거나 충격받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그는 다현의 죽음 그 자체보다, 자신이 살인 누명을 쓸까 봐, 혹은 부적절한 관계가 발각되어 자신의 체면이 구겨질까 봐 전전긍긍하는 이기적인 인간일 뿐이었습니다.

 

결국 다현은 기댈 곳 하나 없는 외로운 존재였습니다. 마지막 희망이었던 준후마저 그의 시신을 감추기 급급했으니까요. 인간 같지도 않은 사람 때문에 소중한 목숨을 버렸다는 사실이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2) 소름 돋는 마지막 문장

소설의 마지막, 모든 진실이 밝혀지고 체포된 준후가 악마와 같은 웃음을 터뜨리는 장면에서 온몸에 소름이 돋았습니다.

 

두 번째 피해자였던 황권중의 숨이 끊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자신만 알고 있다는 것, 그 진실이 영원히 묻힌 것에 대한 기괴한 희열. 그 웃음소리 하나만으로 그는 완벽한 악마가 되었습니다.

 

우리는 평범함이라는 껍데기로 위장한 악을 쉽게 구분해내지 못합니다. 어쩌면 '교사'라는, '평범한 이웃'이라는 우리의 편견이 또다시 그들의 실체를 알아보지 못하게 만드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6. 『홍학의 자리』, 이런 분께 추천합니다

정해연 작가의 『홍학의 자리』는 단순한 범인 찾기 미스터리를 넘어, 인간의 편견과 이기심, 관계의 본질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만드는 수작입니다.

  • 촘촘하게 설계된 심리 스릴러를 좋아하시는 분
  • 예측 불가능한 반전 소설을 찾으시는 분
  • 인간의 내면에 대한 깊이 있는 탐구를 즐기시는 분

위 세 가지 중 하나라도 해당된다면, 이 책을 강력하게 추천합니다. 아마 당신도 책을 덮은 뒤, 주변 사람들의 얼굴을 다시 한번 찬찬히 뜯어보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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