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리뷰/소설 / / 2025. 9. 12. 17:15

⟪눈먼 자들의 도시⟫ 책, 주제 사라마구: '본다'는 것의 의미를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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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주제 사라마구의 소설, 눈먼 자들의 도시 리뷰입니다. 충격적인 줄거리와 결말 해석, 의사의 아내가 눈이 멀지 않은 이유, 코로나 시대와의 비교 등 깊이 있는 감상을 담았습니다.

눈먼 자들의 도시 책 표지


글의 순서

1. 보이지 않는 시대, '본다'는 것의 의미를 묻다

2. 어느 날 갑자기, 세상이 하얗게 멀어지다: 눈먼 자들의 도시 줄거리

3. 책을 읽고 난 후의 감상과 해석

  • 코로나 시대를 떠올리게 하는 재난의 기록
  • 왜 의사의 아내만은 눈이 멀지 않았을까?
  • 인간의 존엄성은 어디까지 지켜질 수 있는가

4. ⟪눈먼 자들의 도시⟫ 기억에 남는 문장들

5. 보지만 보지 못하는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


1. 보이지 않는 시대, '본다'는 것의 의미를 묻다

만약 어느 날 갑자기 세상 모든 사람이 눈이 멀어버린다면, 우리는 어떻게 될까요? 상상만으로도 아찔한 이 가정을 현실로 옮겨온 소설이 있습니다.

 

바로 포르투갈의 거장, 1998년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주제 사라마구(José Saramago)의 대표작 《눈먼 자들의 도시(Ensaio sobre a Cegueira)》입니다.

 

이 책은 단순히 시력을 잃은 사람들의 생존기를 넘어, 극한의 재난 상황 속에서 인간의 본성과 존엄성이 어떻게 무너지고 또 어떻게 지켜지는지를 적나라하게 파고듭니다. 이 충격적이고도 깊은 울림을 주는 소설, 《눈먼 자들의 도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려 합니다.

  • 제목: 눈먼 자들의 도시
  • 저자: 주제 사라마구
  • 옮긴 이: 정영목
  • 출판사: 해냄출판사
 

눈먼 자들의 도시 - 예스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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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yes24.com


2. 어느 날 갑자기, 세상이 하얗게 멀어지다: 눈먼 자들의 도시 줄거리

운전 중 눈이 멀어버린 남자

이야기는 한 남자가 운전을 하던 중 갑자기 눈앞이 하얗게 변하며 시력을 잃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이는 기존의 실명(失明)과 달리 암흑이 아닌 '백색의 어둠'에 갇히는 기이한 전염병이었습니다.

 

그를 도왔던 행인, 진찰했던 안과 의사, 병원에 있던 환자들까지, 그와 접촉한 모든 사람이 차례차례 눈이 멀게 됩니다. 정부는 원인 불명의 전염병이 걷잡을 수 없이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해, 눈먼 자들을 낡은 정신병원 건물에 강제로 격리합니다.

 

최소한의 식량만 지급될 뿐, 그곳은 완벽히 외부와 차단된 무법지대나 다름없었습니다. 하지만 이 끔찍한 혼돈 속에서 단 한 사람, 시력을 잃지 않은 사람이 있었습니다.

 

바로 첫 번째 환자를 진찰했던 의사의 아내입니다. 그녀는 남편을 따라가기 위해 자신도 눈이 멀었다고 거짓말하고 수용소로 들어갑니다. 그녀는 눈이 멀지 않았다는 사실을 숨긴 채,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유일한 목격자로서 참혹한 현실을 마주합니다.

 

수용소에 격리된 눈먼 사람들

수용소 내부는 인간의 존엄성이 완전히 사라진 아비규환의 현장이었습니다. 위생은 엉망이 되고, 식량을 둘러싼 폭력과 약탈이 일상화됩니다. 심지어 한 무리가 식량을 독점하고 여성들을 성적으로 착취하는 끔찍한 일까지 벌어집니다.

 

이 모든 것을 지켜보던 의사의 아내는 절망과 무력감에 시달리면서도, 인간성을 잃지 않으려 발버둥 치는 소수의 사람들을 이끌기 위해 고군분투합니다.

 

결국 그들을 감시하던 군인들마저 모두 눈이 멀게 되고, 수용소의 문은 열립니다. 하지만 그들이 마주한 바깥세상은 이미 모든 사람이 눈이 멀어버린, 더 거대한 수용소, '눈먼 자들의 도시'가 되어 있었습니다.

 

도시 전체가 폐허로 변한 세상에서, 의사의 아내와 그녀가 이끄는 작은 무리는 생존을 위한 처절한 여정을 계속합니다.


3. 책을 읽고 난 후의 감상과 해석

코로나 시대를 떠올리게 하는 재난의 기록

이 책을 읽으며 많은 분이 코로나-19 팬데믹을 떠올렸을 것 같습니다. 저 또한 그랬습니다. 눈이 머는 병이 전염될 수 있다는 가정하에 정부가 사람들을 격리하고 최소한의 식량만 공급하는 모습은, 우리가 겪었던 자가 격리나 사회적 거리 두기의 기억을 생생하게 소환합니다.

 

하지만 소설 속 상황은 현실보다 훨씬 더 참혹했습니다. 물도 제대로 나오지 않고, 아파도 치료받을 수 없으며, 식량은 늘 부족했습니다.

 

보이지 않는다는 공포 속에서 생존에 필요한 기본적인 것들마저 박탈당한 그들의 고통을 상상하니, 우리가 겪었던 불편함은 차라리 감사하게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정부의 무책임한 통제 방식에 분노가 치밀면서도, 그보다 나은 현실에 안도하는 복잡한 감정이 들었습니다.

왜 의사의 아내만은 눈이 멀지 않았을까?

소설을 읽는 내내 가장 큰 의문은 '왜 의사의 아내만은 눈이 멀지 않았을까?' 하는 점이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모두가 시력을 되찾을 때, 그녀는 왜 반대로 눈이 멀게 될지도 모른다는 암시를 남겼을까요?

 

저는 그 답이 그녀의 행동과 마지막 대사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우리가 처음부터 눈이 멀었고, 지금도 눈이 멀었다고 생각해요. 볼 수는 있지만 보지 않는 눈먼 사람들이라는 거죠.

어쩌면 작가는 '육체적인 실명'과 '정신적인 실명'을 대비시키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의사의 아내는 모두가 혼란에 빠져 이기심과 폭력성을 드러낼 때, 외면하지 않고 타인의 고통을 직시하며 도움의 손길을 내민 유일한 인물입니다.

 

즉, 그녀는 '볼 수 있는 것을 제대로 볼 줄 아는' 눈멀지 않은 사람이었던 것입니다.

 

작가는 이를 통해 불의와 고통을 보고도 못 본 척 외면하는 우리 사회에 경고의 메시지를 던지는 것은 아닐까요? '본다'는 행위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이 소설의 가장 핵심적인 질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인간의 존엄성은 어디까지 지켜질 수 있는가

모두가 눈이 먼 사회에서 인간의 존엄성은 얼마나 무력해질까요? 수용소 안에서는 최소한의 질서조차 무너집니다. 사람들은 복도에 용변을 보고, 아무도 보지 않는다는 생각에 식량을 훔칩니다.

 

물론 그들을 쉽게 비난할 수는 없습니다. 극한의 굶주림과 공포 속에서 존엄성을 지키기란 불가능에 가까웠을 것입니다. 의사의 아내조차 다른 이들을 지키기 위해 살인을 저지르며 스스로의 존엄성에 도전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자신이 저지른 행동이 부끄러운 일임을 인지하는 것입니다. 의사의 아내는 자신의 행위를 합리화하거나 외면하지 않고, 그 죄책감을 끝까지 짊어지려 노력합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에 굴복하더라도, 그것이 옳다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그녀의 모습을 통해 배울 수 있습니다.

 

결국 이 소설은 타인의 시선이 아닌, 나 자신의 기준과 양심을 지키며 사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합니다. 보이는 것을 보지 않는 척 외면하지 않고,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아야 한다는 깊은 다짐을 하게 됩니다.


4. 《눈먼 자들의 도시⟫ 기억에 남는 문장들

우리가 어떤 행동을 하기 전에 먼저 그 결과를 생각해 본다면, 곧 즉각적인 결과, 확률이 높은 결과, 가능한 결과, 상상할 수 있는 결과를 차례대로 진지하게 생각해 본다면, 우리 머리에 처음 떠오른 생각에 가로막혀 절대 어떤 한계 이상으로 나아가지 못하리라는 것 또한 사실이다.
우리가 심한 고난을 당해 통증과 괴로움에 시달릴 때, 그때는 우리의 본성이 지닌 동물적 측면이 가장 분명하게 부각된다.
가장 심하게 눈이 먼 사람은 보이는 것을 보고 싶어 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말은 위대한 진리예요.
생각을 바꾸는 데는 진짜 희망만큼 도움이 되는 게 없죠.

5. 보지만 보지 못하는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

《눈먼 자들의 도시》는 단순히 시력을 잃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것은 명확한 진실과 타인의 고통 앞에서도 스스로 눈을 감아버리는 현대 사회를 향한 날카로운 우화입니다.

 

책을 덮고 난 후, 육체적인 시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세상을 제대로 직시하려는 의지와 양심이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작가는 우리에게 묻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당신은 진정으로 '보고' 있느냐고 말입니다. 이 묵직한 질문에 대해 한번쯤 깊이 고민해 볼 기회를 주는 소설, 《눈먼 자들의 도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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