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가시노 게이고 <백조와 박쥐> 리뷰: 제목에 담긴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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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백조와 박쥐> 스포 없는 줄거리와 제목의 진짜 의미를 파헤쳐 봅니다. 과연 누가 백조이고 누가 박쥐일까요? 이 소설이 당신의 시간을 투자할 가치가 있는지, 이 글을 통해 알려드립니다.

 

"믿고 보는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40주년 기념 신작 <가공범>이 출간되었습니다. 당연히 서둘러 읽고 싶었지만, 저는 그전에 한 권의 책을 더 찾아 읽었습니다. 바로 오늘 이야기할 <백조와 박쥐>입니다.

백조와 박쥐 책 표지

백조와 박쥐 (白鳥とコウモリ)


글의 순서

  • <가공범> 읽기 전 <백조와 박쥐>를 먼저? 고다이 형사 입문기
  • 줄거리(스포일러 없음)
  • <백조와 박쥐> 제목 의미 해석
  • 등장인물 파헤치기: 형사 '고다이 쓰토무'는 어떤 인물?
  • <백조와 박쥐> 솔직 리뷰

백조와 박쥐 책 표지

<가공범> 읽기 전 <백조와 박쥐>를 먼저? 고다이 형사 입문기

제가 이 책을 먼저 읽은 특별한 이유는 두 소설에 모두 등장하는 '고다이 쓰토무' 형사 때문이었습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가 데뷔 35주년 기념작이기도 한 이 소설은, 40주년 기념 신작인 <가공범>과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고다이 형사가 처음 등장하는 소설이기 때문입니다. 그가 어떤 인물인지 먼저 알아두고 싶었습니다. 저처럼 새로운 시리즈를 완벽하게 즐기고 싶은 분이라면, 이 책은 신작을 읽기 전 보면 좋을 책이 되실 겁니다.


줄거리(스포일러 없음)

이야기는 모든 사람이 인정하는 훌륭한 변호사 '시라이시 겐스케'가 차 안에서 시신으로 발견되며 시작됩니다. 그런데 사건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흐릅니다. 유력한 용의자 '구라키 다쓰로'가 너무나도 쉽게 모든 것을 자백하기 때문이죠.

 

보통의 추리소설이라면 여기서 끝났을 테지만, 이 소설은 바로 그 '자백'에서부터 진짜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상식적으로 원수여야 할 '피해자의 딸''가해자의 아들'.

 

두 사람은 각자 자신의 아버지가 보인 행동에 의문을 품고, "뭔가 이상하다"는 공통된 직감으로 위험한 진실 찾기에 동행합니다. 그리고 그들이 파헤칠수록, 모든 것이 30년 전 과거의 한 사건과 깊게 얽혀있다는 거대한 그림자가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백조와 박쥐> 제목 의미 해석

이 소설의 제목은 소설 속 나카마치 형사가, 함께 진실을 파헤치는 '피해자의 딸' 미레이'가해자의 아들' 가즈마의 모습을 보고 내뱉는 한마디에서 비롯됩니다.

 

"빛과 그림자, 낮과 밤, 마치 백조와 박쥐가 함께 하늘을 나는 듯한 얘기잖아요."

 

형사의 말처럼, 이 둘의 관계는 제목의 의미를 그대로 보여줍니다.

  • 백조 (미레이): 억울하게 아버지를 잃은 피해자의 딸. 순수하고 고결한, 빛의 편에 선 존재입니다.
  • 박쥐 (가즈마): 살인자의 아들이라는 멍에를 쓴, 어둠의 그림자를 짊어진 존재입니다.

원래라면 결코 함께할 수 없는, 서로 증오해야 마땅한 두 사람. 빛의 존재와 밤의 존재가 함께 하늘을 나는 것처럼, 그들의 동행은 기이하고 부조리하게 보입니다. 이 소설은 바로 함께해서는 안 될 두 사람이 오직 '진실'을 밝히기 위해 힘을 합치며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결국 형사의 표현은 사회적 통념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이 상황에 대한 당혹감과 함께, 진실 앞에서는 '피해자'와 '가해자'라는 구분이 무의미해질 수 있다는 아이러니를 정확히 짚어냅니다.

 

두 사람은 함께 해서는 안 되는 존재이지만 진실을 밝히기 위해 함께 협력합니다. 주변 그 누구도 진실을 밝히는 것에는 관심이 없기 때문입니다.

 

등장인물 파헤치기: 형사 '고다이 쓰토무'는 어떤 인물?

이 복잡하게 얽힌 사건의 중심에는 형사 '고다이 쓰토무'가 있습니다. 그는 천재적인 영감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타입은 아니지만, 묵묵히 발품을 팔아 단서를 모으고 진실을 향해 나아가는 끈기 있는 실력파 형사입니다.

 

우리는 정말 미궁에 빠지려는 사건을 해결한 것인가, 어쩌면 새로운 미궁에 빠져들고 있는 건 아닌가... 자꾸만 밀려드는 의심을 고다이는 애써 떨쳐내고 있었다. - 고다이 쓰토무

 

그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유연함과 열린 마음입니다. 용의자의 자백으로 종결될 뻔한 사건 앞에서, 그는 기존의 결론에 안주하지 않고 피해자와 가해자 가족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입니다.

 

이처럼 진실을 밝히려는 강한 사명감과 상황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인간적인 모습은, 독자들에게 큰 신뢰감을 주며 그를 응원하게 만듭니다.


<백조와 박쥐> 솔직 리뷰

책장을 덮었을 때, 저는 히가시노 게이고다운 깊이를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은 단순한 범인 찾기를 넘어, 인간 내면의 복잡함과 우리 사회가 가진 모순을 파헤치는 이야기였습니다.

죽음이 마땅한 인간이 있는가?

이 소설의 30년 전 사건에서 죽음을 당한 금융업자 '하이타니'가 나옵니다. 그러나 그는 노인들에게 사기를 쳐서 돈을 버는 악덕업자였습니다. 그의 조카조차 하이타니의 죽음에 대해 누군가에 죽임을 당해도 이상하지 않을 인간이었다는 말을 합니다.

 

정말 죽음이 마땅한 인간이 있을까요? 30년 전의 사건의 진범으로 '구라키 다쓰로'가 자백을 모두 했지만, 소설 속 하이타니의 평소 행실 때문에 누가 죽였어도 상관없다는 인물이 되고 맙니다.

 

아무리 나쁜 짓을 많이 해도 죽어 마땅한 사람이 있을까요? 나쁜 사람이기 때문에 그를 죽여도 괜찮다는 것은 무언가 잘못됐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500페이지가 넘는 분량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은 가독성이 굉장히 좋아서 페이지를 넘김이 다른 책들에 비해 빠른 편입니다. 하지만 5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은 책을 읽는 입장에서 부담이 되기도 하죠.

 

하지만 요즘은 전자책, 오디오북 등을 통해서도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무겁고 두꺼운 책이 부담스럽다면 전자책과 오디오북을 통해 이 책을 읽어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진짜 백조와 박쥐는 누구인가?

소설 속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 속에서 진짜 백조와 박쥐를 찾아보면서 읽어보시면 더 재미있는 감상이 되실 겁니다. 피해자의 유족과 가해자의 유족은 정말 선과 악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피해자와 가해자뿐만 아니라 소설 속에서는 유족들에 대한 이야기, 그들이 겪는 일들에 대해 새로운 시선으로 사건을 바라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사건이 해결되어도 괴로움을 겪는 그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아무 죄 없는 가해자의 가족이 겪는 피해와 욕설들. 그런 것들을 통해 죄의 되물림이라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가공범>을 아직 읽기 전이라면, 고다이 쓰토무 형사 시리즈가 시작되는 <백조와 박쥐>도 먼저 읽어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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