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레어 키건 단편 소설집 『푸른 들판을 걷다』 속 일곱 가지 이야기. 인생의 고난 속에서 떠나고 싶었던 인물들의 선택과 남겨진 상처를 통해 인간관계와 삶의 본질에 대해 생각해 본 글입니다.

글의 순서
- 1. 단편 소설의 대가, 클레어 키건을 아시나요?
- 2.『푸른 들판을 걷다』 일곱 개의 이야기로 내다본 삶
- 3. 상처받은 영혼들은 왜 '떠남'을 선택했을까?
- 4. 도망쳐도 그림자처럼 따라오는 것들
- 5. 결국 모든 문제의 시작, 인간관계에 대하여
1. 단편 소설의 대가, 클레어 키건을 아시나요?
얼마 전, 저는 클레어 키건의 『맡겨진 소녀』를 읽고 머리를 한 대 맞은 듯한 깊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어떻게 이렇게 짧은 글 안에 한 사람의 인생과 우주를 담아낼 수 있을까요? 모든 장면이 눈앞에 생생하게 그려지는 마법 같은 경험이었습니다. 그 강렬한 여운은 자연스럽게 그녀의 다른 작품으로 저를 이끌었고, 그렇게 『푸른 들판을 걷다』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아일랜드의 작은 시골에서 태어난 클레어 키건은 현재 단편 문학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작가 중 한 명입니다. 군더더기 없는 문장으로 인간 내면의 복잡한 감정과 관계의 미묘한 균열을 포착해 내는 그녀의 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죠.
- 제목: 푸른 들판을 걷다 (Walk the Blue Fields)
- 저자: 클레어 키건
- 장르: 소설 (단편 소설집)
- 출판사: 다산책방
『맡겨진 소녀』를 통해 그녀의 세계에 처음 발을 들였다면, 이 책은 그 세계를 더욱 깊고 넓게 탐험하는 완벽한 안내서가 되어줄 것입니다.
푸른 들판을 걷다 - 예스24
『이처럼 사소한 것들』클레어 키건의 신작 출간!* 소설가 최은영 강력 추천* 에지힐 단편 문학상 수상작* 무라카미 하루키 추천작 「물가 가까이」 수록초역작 『맡겨진 소녀』와 대표작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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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푸른 들판을 걷다』 일곱 개의 이야기로 내다본 삶
이 책은 일곱 편의 단편 소설을 엮은 보석 같은 소설집입니다.
- 푸른 들판 (The Blue Fields)
- 물가 가까이 (Close to the Water's Edge)
- 긴 이별 (The Long and Painful Death)
- 작별 선물 (A Parting Gift)
- 검은 말 (The Black Horse)
- 삼림 관리인의 딸 (The Forester's Daughter)
- 퀴큰 나무 숲의 밤 (Night of the Quicken Trees)
제목만으로도 아일랜드의 서정적이면서도 어딘가 쓸쓸한 풍경이 그려지는 듯합니다. 그리고 이 각각의 이야기 속에서, 저는 하나의 공통된 흐름을 발견했습니다.
바로 소설 속 주인공들이 저마다의 시련과 고난 속에서 행복하지 않은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점이죠. 그리고 많은 이들이 현재의 삶에서 벗어나 ‘떠나고 싶어’ 합니다.
「작별 선물」의 주인공은 정말로 떠나는 길 위에 있고, 「검은 말」 속 브래디의 연인은 이미 떠나버렸으며, 「삼림 관리인의 딸」의 마사는 언제 떠날지 그 시기를 고민합니다.
이들뿐만 아니라 다른 작품 속 인물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마치 행복이 없는 현실이라는 감옥에서 탈출을 꿈꾸는 사람들처럼 보입니다. 왜 그토록 떠나고 싶어 했던 걸까요?
3. 상처받은 영혼들은 왜 '떠남'을 선택했을까?
소설 속 인물들이 처한 현실은 결코 녹록지 않습니다. 아버지의 학대, 남자의 모진 말, 사랑 없이 반복되는 따분한 일상. 이 모든 것은 삶의 행복을 갉아먹는 것들입니다. 그들에게 ‘떠남’은 이 고통스러운 현실로부터 도망칠 수 있는 유일한 비상구처럼 보였을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우리는 모두 마음속에 ‘떠남’에 대한 작은 욕망을 품고 살아가는지도 모릅니다. 모든 것을 뒤로하고 훌쩍 떠나버리면, 이 지긋지긋한 문제들도 함께 사라질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 클레어 키건은 바로 그 지점을 파고들어, 인물들의 내면을 섬세하게 들여다봅니다.
4. 도망쳐도 그림자처럼 따라오는 것들
하지만 소설은 단순히 ‘떠남’이라는 행위 자체에만 집중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떠남이라는 선택이 남긴 결과와 내면의 파장을 더욱 집요하게 파고들죠. 여기서 저는 이 책의 가장 핵심적인 질문과 마주했습니다.
과연 떠나는 것은 진정한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
어떻게 보면 ‘떠남’은 문제에 정면으로 맞서는 대신 뒤돌아서는 회피일 수 있습니다. 인생에서 시련과 고난을 완전히 피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요? 만약 도망치는 것을 선택한다면, 그 순간의 시련은 장소를 바꾼다고 해서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평생을 따라다니는 그림자가 되는 것은 아닐까요?
클레어 키건은 떠난 사람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그곳에 남겨진 사람들의 후회와 우울한 감정까지 놓치지 않고 그려냅니다. 「물가 가까이」에서 주인공을 키운 할머니 마시가 평생 떠나지 않은 것을 후회하며 살아가는 모습처럼 말이죠. 떠남은 결코 한 사람만의 이야기가 아니며, 수많은 관계 속에 또 다른 상처와 질문을 남깁니다.
5. 결국 모든 문제의 시작, 인간관계에 대하여
책장을 덮고 나니, 모든 이야기의 중심에는 결국 ‘사람’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 그리고 그 안에서 피어나는 사랑과 미움, 실망과 기대. 모든 문제의 시발점은 바로 여기에 있었습니다.
인생에서 결코 떼어낼 수 없는 인간관계와 사랑. 이것을 현명하게 헤쳐나가는 것이야말로 어쩌면 인생에서 가장 어렵고도 중요한 숙제가 아닐까요? 클레어 키건의 소설은 정답을 알려주지 않습니다. 대신, 우리의 삶과 관계를 조용히 돌아보게 만드는 깊은 질문을 던져줍니다.
만약 당신도 지금의 삶이 불만족스럽고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면, 『푸른 들판을 걷다』를 통해 당신의 마음이 진정으로 향하는 곳은 어디인지 그 답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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