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슬의 <서울 건축 여행>과 함께한 저의 이야기. 건축가를 꿈꿨던 지난날을 추억하고, 서울 근현대 건축물 54곳으로 떠나는 여행 계획을 세워보세요. 잊고 있던 꿈을 찾아 떠나는 감성 책 리뷰입니다.

책을 읽게 된 계기
혹시, 마음 한편에 접어둔 채 잊고 지낸 꿈이 있으신가요? 저에게는 '건축가'라는 꿈이 그랬습니다. 학창 시절, 우연히 신문에서 건축가 가우디의 작품을 보고 완전히 매료되었던 순간이 있었어요. '나도 저런 건물을 짓고 싶다!'는 생각에 부풀어 이과를 선택하려 했지만, 부모님의 걱정과 현실의 벽 앞에서 그 꿈을 조용히 내려놓아야 했죠.
그렇게 건축은 제 관심사 밖으로 밀려난 줄로만 알았습니다. 그런데 김예슬 작가의 <서울 건축 여행>을 만난 순간, 잊고 있던 그 꿈이 먼지를 털고 다시 말을 걸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이 책은 제게 단순히 서울의 아름다운 건축물을 소개하는 가이드가 아니었습니다. 까맣게 잊고 지냈던 제 안의 열정을 다시금 확인시켜 준, 아주 특별한 시간 여행의 초대장이었습니다.
글의 순서
- <서울 건축 여행>, 어떤 책일까?
- 책장을 넘기다 당장 떠나고 싶어진 건축물 TOP 5
- 저자의 시선: 왜 '살아남은 장소'에 주목해야 할까?
- 책을 덮고, 나만의 여행을 계획하다 (밑줄 친 문장과 가보고 싶은 곳들)
- 건축 여행자가 되고 싶다
1. <서울 건축 여행>, 어떤 책일까?
이 책을 읽으며 저는 스스로도 인식하지 못했던 제 모습을 발견했습니다. 멋진 건축물을 보면 꼭 사진을 찍고, 오래된 근현대 건물들을 찾아다니면서도, 제가 '오래된 공간'을 이토록 좋아한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있었죠.
<서울 건축 여행>은 바로 그 무심코 지나쳤던 저의 관심사에 확신을 준 책입니다. 김예슬 저자는 10년에 걸친 답사를 통해 서울의 근현대 건축물 54곳을 기록했습니다.
단순히 건물의 정보만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그곳에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와 시대의 풍경을 따뜻한 시선으로 풀어내는 '스토리텔링형 건축 답사기'이죠. 책을 읽다 보면 낡은 건물 하나하나가 마치 살아있는 사람처럼 느껴지고,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게 됩니다.
서울 건축 여행 - 예스24
오래된 건물과 함께 눈앞에 펼쳐지는 영화 같은 과거의 장면들.서울 속 54곳의 근현대 건축물과 그 속에 담긴 시간, 사람 이야기.김예슬은 10년 가까이 전국의 건축물들을 여행하며 기록을 남겨
www.yes24.com
2. 책장을 넘기다 당장 떠나고 싶어진 건축물 TOP 5
책에 소개된 모든 곳이 특별했지만, 그중에서도 당장이라도 발걸음을 옮기고 싶게 만드는 인상적인 건축물 다섯 곳을 꼽아봤습니다.
- 경교장: 백범 김구 선생의 마지막 숨결이 깃든 곳. 비극적인 현대사의 중심에서 우리에게 묵직한 질문을 던지는 역사의 현장입니다.
- 길상사: 고급 요정 '대원각'이 법정스님의 '무소유' 정신을 만나 사찰로 거듭난 이야기. 화려했던 과거와 청빈한 현재가 공존하는 공간의 변화가 깊은 울림을 줍니다.
- 딜쿠샤: 3.1 운동을 세계에 알린 앨버트 테일러 부부가 살았던 서양식 저택. 일제강점기 서울에 살던 이방인의 시선을 통해 역사를 바라보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 신아기념관: 정동길에 위치한 옛 싱거 미싱 본사 건물. '영감의 서재'라는 예약제 프로그램이 궁금해서 꼭 한번 가보고 싶은 곳입니다.
- 윤동주 문학관: 시인의 흔적을 따라 걷는 길 위에 자리한 공간. 청운문학도서관, 초소책방까지 이어지는 산책길은 생각만 해도 마음이 차분해집니다.
이 오래된 벽돌과 창문은 과연 어떤 역사의 순간들을 말없이 지켜봐 왔을까요? 저자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건축물 자체에서 찾습니다.
3. 저자의 시선: 왜 '살아남은 장소'에 주목해야 할까?
김예슬 저자는 책 속에서 이 건물들을 "살아남은 장소"라고 표현합니다. 일제강점기, 한국전쟁, 그리고 눈부신 경제성장 속에서 수많은 건물이 사라지는 과정에서도 꿋꿋이 제자리를 지켜온 건물들이기 때문입니다.
오래된 건축물들은 단순히 낡은 건물이 아니라 서울의 파란만장한 근현대사를 온몸으로 증언하는 '살아있는 증인'입니다. 건축이 한 시대의 사회와 문화를 담는 그릇임을, 이 책을 통해 다시 한번 깨닫게 됩니다.
4. 책을 덮고, 나만의 여행을 계획하다 (밑줄 친 문장과 가보고 싶은 곳들)
이 책은 단순히 읽고 덮는 책이 아니었습니다. 제 마음에 불을 지폈고, 당장이라도 떠나고 싶은 여행 계획을 짜게 만들었습니다. 책을 읽으며 밑줄 그었던 몇 가지 정보와 저만의 여행 버킷리스트를 공유해 봅니다.
- 건축 여행 적기: 초봄과 초겨울. 걷기 좋은 계절에 떠나는 건축 여행이라니, 낭만적이지 않나요? 다가올 초겨울 여행 계획을 미리 세워보려 합니다.
- 문화주택(적산가옥): '적이 남기고 간 집'이라는 이름 때문에 사라져야 할까요? 저는 오히려 아픈 역사도 보존하고 새롭게 활용하며 기억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살고 있는 부산에도 이런 근대 가옥들이 더 많이 개방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오픈하우스 서울: 매년 10월, 평소에는 닫혀 있던 근현대 건축물의 문을 여는 행사라고 해요. 올해는 꼭 참여해보고 싶습니다.
✅ 오픈하우스 서울 2025 소식
[NOTICE] 오픈하우스서울 2025 행사소식 — OPENHOUSE SEOUL
10월, 다시 서울이 열립니다✨ — 도시의 문턱을 낮추고 건축을 만나다 오픈하우스서울 2025 Coming soon 2025.10.25.-11.2. 오픈하우스서울 웹사이트와 SNS를 통해 공개될 소식을 함께해주세요.
www.ohseoul.org
- 한국의 가우디, 건축가 차운기: '한국의 가우디'라니! 옛 꿈을 소환하는 이름에 가슴이 뛰었습니다. 그의 건축물은 어떤 모습일지 너무 궁금해졌어요.
- 서울 건축 여행 버킷리스트: 홍건익 가옥(별채 작은 도서관), 손기정 문화 도서관 & 더하우스 1932(카페), 구산동 도서관 마을, 아라리오 뮤지엄 앤 스페이스(구 공간 사옥), 남영동 대공분실(현 민주화운동기념관)
5. '건축 여행자'가 되고 싶다
<서울 건축 여행>을 읽고 나니 저자가 참 부러워졌습니다. 좋아하는 것을 꾸준히 파고들어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낸 그 열정이 말이죠. '나는 왜 저런 생각을 못 했을까?' 하는 아쉬움과 함께 새로운 다짐이 생겼습니다.
비록 건축가가 되지는 못했지만, 이제부터 '건축 여행자'가 되어보는 건 어떨까? 오래전 바르셀로나에서 가우디의 건축물을 마주했을 때, 그저 '아름답다'고만 생각했지만 이제는 다릅니다. 이루지 못한 꿈이기에, 건축물을 찾아가 그 역사를 알아보고 공간을 느끼는 모든 순간이 제게는 더 큰 기쁨으로 다가옵니다.
만약 저처럼 익숙한 풍경 속에서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고 싶다면, 혹은 마음속에 간직한 작은 불씨를 되살리고 싶다면, 이 책과 함께 떠나보시길 바랍니다. 당신의 서울이, 그리고 당신의 일상이 이전과는 전혀 다르게 보일 테니까요. 여러분에게 '건축물'은 어떤 의미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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